
“수학이 무섭다”고 했던 나에게, 이 책이 건넨 말
사실 이 책을 받아들고 처음엔 망설였다. 목차를 훑어보니 TF-IDF, 행렬 인수 분해, 푸리에 변환, 케플러 궤도, 아인슈타인 방정식까지… ‘이거 진짜 수학책 아닌가?’ 싶었다.
AI 관련 공부를 하면서 늘 느끼던 그 벽, 수식이 등장하는 순간 맥락이 뚝 끊기는 그 감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읽다 보니, 확실히 뭔가 달랐다.
“왜 이 수식이 여기 나왔지?”라는 질문에 답해주는 책
내가 그동안 AI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건 수식이 ‘갑자기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앞에서 맥락을 얘기하다가, 어느 순간 시그마(Σ)나 편미분이 툭 떨어지고는 독자가 알아서 따라오길 요구하는 구성들.
이 책은 그 부분에서 태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2장 상품 추천 파트에서 협업 필터링과 행렬 인수 분해를 설명할 때, 공식을 먼저 던지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예측하려고 하는지(결손값), 어떤 데이터 구조를 다루는지(평가 행렬), 그래서 왜 이런 방식이 필요한지”를 먼저 세워 준 뒤에 수식이 나온다.
그 덕분에 수식이 ‘장벽’이 아니라 문제를 풀기 위한 도구처럼 느껴진다. 어디선가 가져온 기호가 아니라, “이 문제를 풀려면 결국 여기로 오게 되는구나” 같은 흐름이 생긴다.

트랜스포머, 드디어 ‘느낌’으로 이해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4장, ChatGPT 같은 LLM의 핵심인 트랜스포머를 다루는 부분이다. 멀티 헤드 어텐션, 위치 인코딩, 자기회귀 방식… 유튜브 영상도 보고 논문도 들여다봤지만, 늘 어디선가 막혔던 개념들이다. 특히 “어텐션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정작 어떤 계산이 어떤 순서로 돌아가며 무슨 의미를 갖는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 책은 그 계산 과정을 최대한 그림으로 풀어 쓰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행렬이 어떻게 곱해지고, 어떤 값이 점수로 쓰이며, 그 점수가 왜 소프트맥스를 만나야 확률처럼 정리되는지—이 흐름을 시각적으로 따라가게 한다.
특히 소프트맥스가 왜 어텐션 점수에 붙는지, 그리고 왜 스케일링이 필요한지를 “그냥 그렇다”가 아니라 수식 유도와 함께 설명하는 대목에서 “아, 그래서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탄성이 나왔다.
완전히 다 이해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트랜스포머가 처음으로 ‘느낌’으로 연결됐다는 감각은 분명히 생겼다. 내게는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성과였다.

놀라운 범위, 그리고 의외로 좋았던 챕터들
솔직히 6장 GPS 위치 측정 파트를 읽을 때는 “이게 AI 책에 왜 있지?” 싶었다. 케플러 궤도 요소, 상대성 이론, 아인슈타인 방정식과 슈바르츠실트 해까지… 부록에는 로런츠 변환 도출도 있다. 처음엔 과하다 싶었는데, 읽다 보니 저자의 의도가 보였다.
GPS가 정확한 이유가 상대성 이론 보정과도 연결되어 있고, 그 보정이 단순 교양 지식이 아니라 실제로 계산 가능한 수학이라는 것. 이 챕터는 “일상 기술 뒤에 숨은 수학”이라는 책의 메시지를 가장 끝까지 밀어붙이는 파트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5장 푸리에 해석도 좋았다. 음성 인식이 왜 주파수 관점으로 넘어가야 하는지, 오일러 공식이 왜 등장하는지, 매클로린 전개로 차근차근 다리를 놓아주는 방식이 꽤 설득력 있었다. AI를 공부하다 보면 수학이 늘 ‘필요하니까’ 배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이 파트는 오히려 수학 자체가 가진 정교함을 맛보게 한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책을 특히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딱 이런 분들이다.
- AI에 관심이 생겨 공부를 시작했는데, 논문/기술 자료를 보다가 수학 앞에서 멈춰버리는 분
- 현업에서 AI 서비스를 기획/운영/개발하면서 “내부 원리”가 늘 찜찜했던 분
- 딥러닝 개념은 어느 정도 아는데, 수학적 근거를 설명하려 하면 말이 막히는 분
반대로 수학을 이미 탄탄하게 하신 분들에겐 일부 내용이 기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수학은 잘 모르는데 AI 원리는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시중에서 이만큼 생활 속 사례로 연결해주는 책이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검색창에 뭔가를 입력할 때, 유튜브가 영상을 추천해줄 때, 내비게이션이 경로를 찾을 때—예전과는 조금 다른 눈으로 보게 됐다.
“저 뒤에서 어떤 수학이 돌아가고 있겠구나”라는 희미한 감각.
수학을 ‘두려움’이 아니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로 다시 보게 해준 책이라면, 충분히 제값을 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빛미디어 <나는리뷰어다>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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